화계사 주지 우봉스님과 함께한 라오스 불교문화 순례길...(순례 4일차/1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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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계사 작성일24-02-24 12:41 조회651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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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일찍 탁발 장소에 나와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화계사 불자들
순례 4일차(1월/25일)
새벽 5시 루앙프라방에서 첫 일정이 시작됐다. 어스름한 새벽어둠이 가시기 전 루앙프라방에서 새벽의 탁발을 경험하고 밝아온 아침을 맞이하며 그들의 삶속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났다. 아침 여섯 시 고인 듯 천천히 흐르는 아침 안개 속에서 스님들의 탁발이 시작됐다. 루앙프라방의 수백 명이 넘는 스님들이 거리로 나와 탁발을 하느라 긴 행렬을 이루지만 말이 없으니 고요하고 가든한 맨발의 행렬이라 경외마저 들게 했다. 그때 마을의 가난한 아이들이 빈 그릇을 들고 나와 그 행렬을 따른다. 어린 스님들은 자신의 발우에 담긴 밥을 한 움큼 쥐어 배고픈 아이들의 빈 그릇에 넣어준다. 라오스에는 어린 스님들이 유난히 많다. 이는 남방불교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풍경이긴 하지만 그들은 일정기간 동안 절(寺)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풍경은 이른 새벽이면 탁발을 하러 나오는데, 큰 스님의 맨발을 따라 한 줄로 나란히 절문을 나서는 주황 옷을 입은 스님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절문을 나서면 어머니들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미리 준비한 찹쌀밥을 골고루 건네준다.
밥을 바구니에 받는 사춘기 스님의 마음보다 건네주는 어머니의 마음에 더 큰 정성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담으려고 커다란 사진기를 어깨에 멘 채 북적였다. 라오스 아주머니는 구경꾼에게 밥을 팔려고 거리를 서성인다. 분명히 이 아침에도 상혼이 있지만 그 소란함은 경건함을 침범하지 못했다. 솔을 두른 고운 아주머니가 예전에 본 그 분인 듯하고 어디에서나 본 듯한 우리의 어머니처럼 느껴져 마음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화계사 불자들도 그 대열 속으로 들어갔다. 탁발 체험 장소에는 나지막한 의자와 공양미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급된 비닐장갑을 오른손에 끼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찰밥을 쥔 오른 손을 머리 위까지 올린 후 공손히 공양을 드렸다. 화계사 순례단은 한국에서 준비해온 간식이며 선물, 달러 공양을 준비해 탁발스님들께 공양 올렸다. 주지스님은 화계사 순례단을 둘러보며 어깨에 멘 솔을 가지런히 정리해주며 불자들을 보살폈다.
루앙프라방 모든 절 주변에서는 매일 새벽 탁발이 이뤄지고 발우가 넘치면 스님들은 음식을 또 ‘빈자의 그릇’에 넣어 회향하며 오후에는 먹지 않는 하루 두 끼 공양을 지킨다.
그러고 나면 루앙프라방의 상점들도 문을 열고 쌀국수 냄새와 바게트 빵 굽는 냄새를 풍긴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된다.
아침 탁발공양을 올리고 화계사 순례단은 근처 재래시장을 둘러봤다. 루앙프라방 아침 시장은 현지인들이 식재료 구입을 위해 찾는 시장이다. 우리의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골 5일장과 많이 닮았다. 좌판에 채소, 과일, 구운 생선, 건어물, 공예품, 길거리 음식 등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풍경은 소박한 그들의 삶이 투영되어 정겹게 다가왔다. 시장을 둘러보다 길거리에서 바나나를 파는 작은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소녀들은 삶의 한가운데 주저앉아 아주 왜소한 몸으로 큰 몸짓을 풀어내고 있었다. 가판에 놓여있는 볼품없는 과일 더미가 그들의 생계를 책임질 것이다. 그들의 손에 쥐어준 몇 달러의 지폐가 환한 웃음으로 돌아왔다. 맑고 곱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누리고 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길 위에서 조용히 두 손을 모았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공양을 하고 순례단은 현지인들이 불상을 가져다 놓고 기도하는 빡우 동굴로 향했다. 배를 타고 약 7분쯤 메콩강을 가로질러 가면 4000개의 불상을 가득 모셔 놓은 빡우동굴에 닿는다. 불빛 한 점 없는 동굴 속에서 만나는 불상은 보기만 해도 압도되어 저절로 공손히 손이 모아졌다. 새해엔 현지인들이 이곳에서 소원을 빈다. 빡우 동굴은 위아래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다. 라오스 빡우동굴은 석회암 절벽에 생긴 두 개의 동굴로 동굴 내부에 수호신이 산다고 믿었던 현지인들이 불상을 하나 둘 가져다 놓으면서 현재의 불상 전시장 같은 모습을 하게 됐다.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진 빡우동굴은 다양한 종류의 불상이 가득 차있어 약간 음산하기도 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화계사 불자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메콩강을 바라보며 사진 한 장의 여유로 인생 샷을 남기기도 했다.
라오스에는 바다가 없지만 이를 대신하고도 남을 만큼 매혹적인 강과 폭포를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이 꽝시 폭포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석회암 성분이 함유되어 예쁜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다. 황홀했다. 꼭 마법 같았다. 루앙프라방에서 약 30㎞ 떨어진 꽝시폭포는 높이 50m가 넘는 제법 규모 있는 폭포다. 2단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진짜 매력적인 곳은 폭포가 아니다. 폭포를 따라 내려가는 길목마다 작은 연못이 만들어졌는데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에메랄드빛이 환상적이다. 나무를 뚫고 햇살이 물에 닿으면 부드럽게 유영하는 빛의 축제가 벌어진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변하는 물빛이 황홀하여 탄성을 자아냈다. 화계사 순례단은 여행으로 지친 피로를 풀며 한참동안 물 멍으로 심신을 정화하고 내려오는 길에 주지스님께서 시원한 과일을 준비해 주셔서 목마름의 갈증도 해소됐다. 얼마나 달콤하던지 땀 흘리고 먹는 당 충전은 자신에게 베푸는 애씀의 배려로 느껴졌다. 주지스님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툭툭이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미니밴을 타고 석양이 지는 노을이 일품이라는 푸시산을 향했다. 푸쉬산은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약 150미터 정도 높이의 산이지만 더운 날씨에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찼다. 나이 탓도 있으리라. “아이고 숨차다” 봉정암 가는 길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인데 세월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며 하루하루가 다르다고 걷기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는 노 보살님 얘기에 공감이 갔다. 328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여러 형태의 불상들을 마주했다. 정상에 오르니 루앙프라방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더위로 지쳐있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어진다. 석양이 질 때면 푸시산에 올라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지만 우리 순례단은 석양이 지기 전에 올라 아쉬움이 컸다.
4일차 마지막 여정으로 왓 씨엥통과 왕궁박물관을 방문했다. 루앙프라방의 역사적인 성지인 왓 씨엥통은 고요함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특별한 경험으로 기억된다. 왓 씨엥통은 황금 도시의 사원이라는 뜻으로 루앙프라방의 역사적인 유산 중에서 특히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절 중 하나다. 섬세한 문양과 조각으로 장식된 건물은 동남아 전통의 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왓 씨엥통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습의 석조 부처님상이 있다. 화계사 순례단은 이 아름다운 부처님들을 차분하게 감상하며 지금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왕궁박물관은 1904년에 왕족을 위해 지어졌다. 궁전은 외부 인사가 왕가를 방문했을 때 인근 강가에서 바로 머물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래전에는 이곳에 임금이 살면서 그들의 문화를 가꾸고 삶을 영속해 왔을 텐데…. 오늘은 평민인 우리가 드나들 수 있는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당시 왕이었던 시사방봉이 승하하면서 왕자였던 사방밧타나가 최후의 주인이 됐다.
1975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왕정이 붕괴되면서 가족들은 유폐되고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왕궁이 지어질 당시는 프랑스 식민지여서 라오스 전통방식과 프랑스의 미술 양식이 접목됐고 계단은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만들어졌으며 전체에 전통 조각이 놓여 있다. 왕궁 박물관은 바닥이 마루바닥으로 입구에서 들어갈 때 신발과 모자를 벗고 들어갔다. 입구 오른쪽에는 왕의 응접실이 있으며 지금까지의 왕들 흉상이 벽에 걸려 있었다. 프랑스 화가가 그린 전통 양식을 담은 그림도 있으며 각 벽에는 매일매일 시간마다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오른쪽에는 프 라방 이라고 하는 불상이 서있다. 수많은 수집품이 있었으며 대개는 순금이나 은, 청동 합금으로 된 것이다.
색유리 벽화가 볼만한 씨엥통 사원과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쓰이는 옛 왕궁을 둘러보고 왕궁박물관 바로 왼쪽에 위치해 있는 왓 마이 사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부처님의 일생을 금색 벽화로 표현한 왓 마이 사원은 1821년에 세워져 내부는 18~9세기의 아름다운 금장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전면은 전통적인 라오스 생활상 가운데 부처님을 묘사하고 있다. 라오스의 제일 큰스님이 기거하는 곳으로 신년행사 때 불상을 모시고와 새해의 행운을 비는 행사를 진행하며 본당 벽에는 부처님의 일생 벽화가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화계사 순례단은 그동안 무탈하게 여행한 공덕을 회향하며 감사함을 담아 회향예불을 올렸다.
4일차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루앙프라방 그랜드호텔로 돌아와 호텔식으로 저녁공양을 했다. 일정을 하루 남기고 주지스님께서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 차 하루먼저 캄보디아로 떠나시고 화계사 순례단은 도준스님, 재각스님을 필두로 남은 일정을 함께했다.
▼탁발공양
▲주지스님께서 새벽 어둠을 뒤로하고 달려온 신도들을 둘러보며 보살피고 있다.
▲ 공양 준비를 마친 화계사 불자들이 탁발 스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공양 받으소서! 스님들의 탁발풍경/장엄하고 경외감마저 든다.
▼ 아침시장 방문(재래시장)
▲ 다양한 식재료들이 우리의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빡우동굴
▲배를타고 메콩강을 가로질러 빡우동굴 앞에 도착
▲ 빡우동굴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빡우동굴의 수많은 부처님/주지스님의 발원이 이뤄지시길...
▲ 부처님의 염력으로 화계사 불자들의 염원이 이뤄지길..
▲ 부처님의 염력이 이뤄지신 분들/ 주지스님과 한컷
▼ 꽝시폭포
▲ 지금 이 순간 오래도록 기억되길..
▼ 푸쉬산 투어
▲ 푸쉬산 정상에서 보는 루앙푸라방의 모습
▼ 왕궁박물관/씨엥통
▲ 왕궁박물관/왓 씨엥통
▲ 사원 참배
▲ 주지스님의 간절한 축원이 모두 이뤄져 순례단 모두 행복해 지기를 발원/회향예불
김지희(정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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