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화계사


참선수행과 국제포교의 중심 사찰

삼각산 화계사

숭산스님

삼각산 화계사

10. 그대로 부처다(佛)

같느냐? 다르느냐? 옳으냐? 그르냐? 너냐? 나냐? 갖가지를 묻고 갖가지를 대답하여 그 동안 어리둥절한 천만가지 설법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불법 자체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상대쪽인간의 의식구조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이것을 놓아버리고 자기 본래의 마음에 돌아가 태평성대를 이루게 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옛날 중국에 계현(誡賢) 스님이라는 부자 스님이 있었다. 4방8리를 가도 그의 땅을 밟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천하 인민을 다 만나도 계현스님의 복과 학(學)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유명한 스님이기 때문에 그의 문하에는 유불선에 정통한 수많은 학인들이 모여들었다.
하루는 신찬(神讚)이라는 아이가 중노릇을 왔다. 와서 보니 스님의 문하가 융성하기는 한데 진짜 법을 알고 배우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는 기도를 드리며 의식을 익히다가 다음에는 글을 배우고 선방에 들어가 조금 선맛을 보았다. 그런데 스님께서 하루는 부르시더니 세 명의 상좌를 앞에 놓고, "너는 유가에 밝으니 유교를 더욱 깊이 배워 오너라"
"너는 도교에 밝으니 노장을 더욱 깊게 연구하여 오너라" 하여 유교와 도교에 밝은 두 제자에게 명령하였다.
그리고 신찬에게는 선방에 가서 도를 공부하여 앞의 두 제자와 함께 천하의 자웅을 가려보라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3년 동안 쓸 돈을 하루에 한 냥씩 쳐서 1천 냥이 넘게 주었다. 그러나 신찬은 마음 공부를 하러 가는 사람이 돈을 짊어지고 가면 무거워서 도중하차하기 쉬우니 그냥 가겠다 하여 극구 사양하였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각기 스승을 찾아갔는데 신찬은 그때 백장산의 도인 백장스님을 찾아갔다. 백장 스님은 '일일부작 (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이라는 엄격한 청규를 만들어 놓고 아침 저녁 예불 이외에는 쉴 틈 없이 일을 시켰다.
번뇌가 일어 날래야 일어날 틈이 없었다.
3년을 지내고 돌아오니 그의 도반들도 모두 돌아와 있었다.
유교를 공부한 사람에게 물었다.
"너는 그 동안 무엇을 배워 왔느냐?"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도리를 배웠습니다."

도교를 공부한 상좌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무엇을 배워왔느냐?"
"단전복기(丹田腹氣)로 신선이 되어 가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유교에는 내생(來生)법이 있던가?"
"예. 공자님께서는 전생 이야기나 후생 이야기는 일체 하시지 않았습니다, 단지 죽음 이전에 선행을 하여 자손만대에 덕을 심어 갈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노자님은 신선 이외의 말은 하지 않던가?"
"복이 다 하면 타락하여 다시 인간이 되게 되는 것이니 타락하지 않도록 마음을 무위자연(無爲自然)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신찬은 무슨 공부를 하였는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그저 밥 먹고 일만 부지런히 하다가 왔습니다."
"그래? 하기야 저 사람들은 돈을 짊어지고 갔으니 돈 값을 하느라고 애를 썼겠지만 신찬이야 빈 몸으로 갔으니 올 때도 가볍게 올 수밖에."
그리고선 자리를 물렸다. 그런데 그 뒤로도 스님은 매일같이 앉아서 책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는 목욕물을 데워 목욕을 하시다가 신찬을 불렀다.
"오늘은 네가 나의 등을 밀어라."
"예."
신찬은 목욕탕에 들어갔다.
스님은 육덕이 좋았다.
밝고 밝은 살빛에 살이 피둥피둥 쪄서 볼품이 없었다.
신찬은 등을 문지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법당은 좋다만은 부처가 영험이 없도다."
스님이 듣고 말하였다.
"영험은 없어도 방광(放光)은 잘한다."
서로 웃고 목욕을 마쳤다. 목욕을 하고 나서 한숨 주무시더니 일어나서 글을 보고 있었다.
마침 그때 벌 한 마리가 방안에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하고 창에 부딪혀 방바닥에 떨어지곤 하였다.
신찬이 말하였다.
"빈 구멍을 즐겨 찾지 못하여 창에 부딪쳐 떨어지는 어리석은 놈아. 백 년을 고지를 뚫고자 한들 어느 날 벗어날 기약이 있겠느냐?"
이 소리를 듣고 스님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너 무엇이라 하였느냐?"
"벌이란 놈이 방에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여 이런 시를 하나 지었습니다."
"그래, 무슨 시냐? 한번 보자꾸나."
"공(空)의 문으로 나갈 줄을 모르고 크게 어리석어 창만 뚫으려하고 있구나. 100년을 낡은 종이 만 뚫으려 하니 어느 세월에 머리가 나가리오"
이 이야기를 듣고 스님은 그 자리에서 깨쳤다.
"너 백장 스님에게 가서 일만 하였다고 하더니 진짜 공부하고 왔구나!"
하면서 칭찬하였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진짜 백장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크게 놀라실 것입니다."
"뭐, 백장 스님 법문이라고. 그 법문은 어떤것이냐? 어서 한번 들어보자."
"그거야 그렇게 쉽게 들을 수 있습니까? 법답게 들어야지요."
스님은 곧 북을 치고 종을 쳐서 대종은 모아 법좌를 마련하고 상좌를 높이 올려 모셨다. 그리고 청법계를 하여 큰절로 3배를 하였다. 상좌에게 스님이 절을 한 것도 기이하지만 스승의 절을 받고 있는 상좌 또한 기이하였다. 그러나 신찬은 이미 신찬이 아니다. 오늘은 백장을 대신하여 설하는 법문이라 바로 백장이기 때문이다. 신찬이 소리높여 외쳤다.
"신령스러운 빛이 홀로 드러나 육근, 육진의 경계를 벗어나 있도다. 그 드러난 참모습이여, 문자에 구애함이 없어라 . 참된 성품은 물듦이 없어 본래부터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져 있으니 단지 망녕된 생각 만 여의면 그대로 부처로다."
이 얼마나 간결하고 적절한 시인가?
스님은 이 말씀을 듣고 그대로 망연을 여의고 그대로 부처가 되었다. 그리하여 스승 상좌와 함께 백장의 법을 이었으며, 후세 많은 구도자들의 좋은 본이 되었다.
4대가 각기 꿈 가운데서 흩어지고
육진.심식이 모두 공하도
부처님과 조사들이 깨달은 곳을 알고자 하는가
서산에 해 떨어지면동산에 달이 솟느리라.

나를 알고 나를 움직이는 놈을 알았으면 자연에 돌아가는 것은 정한 이치다. 천하 귀인도 땅 속에 들어가면 한줌의 흙이 되고 천하미인도 코 밑에 숨결 이지면 불러도 대답 없고 소리쳐도 듣지 못한다. 누가 해 떨어지면 달뜨는 이치를 알아 흙밥 속에서 회광반조(廻光返照)의 불조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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