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화계사
고봉선사에게 받은 전법게
일체 법은 나지 않고
일체 법은 멸하지 않는다.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법
이것을 이름하여 바라밀이라 한다.
맨 처음으로 그는 전월사의 덕산스님을 찾아가 절을 올렸습니다. 덕산스님은 오히려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그는 큰 비구니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큰 비구니 스님은 "젊은 사람이 산중을 이렇게 시끄럽게 하니, 이럴 수가 있는가?" 라며 꾸짖었습니다. 그때 숭산스님이 웃으며 "이 세상이, 이 온 우주가 시끄러운데 어찌 견성암만 시끄럽겠습니까?" 라고 스님이 되묻자 그 스님은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숭산스님이 찾은 사람이 바로 거친 행동과 상소리로 유명했던 춘성스님이였습니다. 절을 한 뒤 이렇게 물었습니다.
"스님, 제가 어젯밤에 삼세제불을 다 죽여서 장사를 지내려고 도반을 구하는 중입니다. 스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춘성스님은 "아!" 하고 감탄하며 숭산스님의 눈을 그윽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네가 본 것이 뭐냐? "하고 물었습니다. 숭산스님이 말했습니다.
"밖에 눈이 하얗지 않습니까?"
"아하, 이 사람 큰일날 사람이네. 그래 밖에 눈이 하얀데 그 눈 속에 불이 붙는 소식을 아느냐?"
"왜 구멍 없는 젓대소리를 하십니까?"
춘성스님이 웃으며 "아하!" 하고 감탄하며, 몇 가지 질문을 더하자 숭산스님은 하나도 막힘 없이 술술 답하였습니다. 드디어 춘성스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숭산스님 주위를 돌며 춤추면서 외쳤습니다.
"행원이가 견성을 했다! 견성을 했어!"
그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 그 다음날 모든 사람들이 전날에 있던 일을 소상히 알게 되었습니다. 1월 15일, 해제한 뒤 숭산스님은 고봉스님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고봉스님은 경허, 만공, 고봉으로 이어지는 전통 임제의 법맥을 이은 선승이었습니다. 고봉스님의 명성에 당시 승속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숭산스님은 금봉, 금오 두 스님을 만나서, 그들로부터 인가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누더기를 입고 걸망을 진 채 고봉스님의 절을 찾아갔습니다. 그가 고봉스님 앞에 절을 올리고 말했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에 삼세제불을 다 죽였기 때문에 송장을 치우고 오는 길입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느냐?" 하고 고봉 스님이 말했습니다.
스님은 걸망에서 오징어 한 마리와 소주 한 병을 꺼냈습니다.
"송장을 치우고 남은 것이 있어서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그럼 한 잔 따라라."
"잔을 내 주십시오."
이 말에 고봉스님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스님은 술병으로 고봉스님의 손을 치우고 장판 위에 술병을 내려놓았습니다.
"이게 스님의 손이지 술잔입니까?"
고봉스님이 빙긋이 웃고 말했습니다.
"나쁘지 않다. 네가 공부를 좀 하긴 했지만 몇 가지를 더 묻겠다."
고봉스님은 1,700가지 공안 중 어려운 것을 골라 물었는데, 숭산스님이 막힘없이 모두 대답하였습니다.
이를 본 고봉스님이 말했습니다.
"서식야반 반기기파라.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가 밥그릇이 깨졌다. 이게 무슨 뜻이냐?"
"하늘은 푸르고 물은 흘러갑니다."
"아니다."
숭산스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문답에서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얼굴이 벌개져서 또 다른 '여여한' 답을 말했습니다. 고봉스님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참다 못한 숭산스님은 화가 났고 또 실망했습니다.
"춘성스님, 금봉스님, 금오스님들 모두 제게 인가를 해 주셨는데, 왜 스님만 아니라고 하시는 겁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 말해라!"
50여 분간 고봉스님과 숭산스님은 서로 성난 고양이 같이 상대방을 노려보기만 했습니다. 불꽃이 번쩍번쩍 튀는 듯하더니 그때 갑자기 숭산스님이 대답을 하였는데, 그것이 '즉여'의 답인 것이었습니다.
고봉스님은 이것을 듣자 눈에 눈물을 고이고 얼굴에 기쁨이 넘치며 환히 웃고 숭산스님을 얼싸안고 말했습니다.
"네가 꽃이 피었는데, 내가 왜 네 나비 노릇을 못하겠느냐?"
다음해인 1949년 1월 25일, 고봉스님은 행원스님에게 정식으로 법(法)을 전하는 건당식을 열었습니다. 이 건당식에서 행원 스님은 숭산이라는 당호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선사께서는 고봉스님으로부터 법을 전수 받아 이 법맥의 78대 조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고봉스님이 주었던 최초의 전법이었습니다.
건당식이 끝나고 고봉스님은 숭산스님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지금부터 3년간을 너는 묵언하여라. 너는 이제 무애한 대자유인이다. 우리 500년 후에 다시 만나자. 네 법이 세계에 퍼질 것이다."
숭산스님은 이렇게 해서 선사가 되었으며 그때의 나이 22살이었습니다.
조실 숭산행원 대선사 약력
- 1927평안남도 순천군 순천읍 출생
- 1940평안남도 순천군 순천공립학교 졸업
- 1945평양시 평안공업고등학교 졸업
- 1946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입학
- 1947마곡사 출가 득도
- 1949고봉 선사로부터 수계 건당(1.25),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수덕사에서 고봉 선사를 법사로 비구계 수지(3.1)
- 1950수덕사에서 하안거 이래 11안거 성만(4.15)
- 1951마곡사에서 대교과 수료(9.2)
- 1952육군 입대(12.3)
- 1957육군 중위로 전역(7.20)
- 1958화계사 주지로 취임(3.15)
효봉ㆍ동산ㆍ청담ㆍ경산 스님 등과 불교정화운동 추진
대한불교 조계종 종의회 구성, 종회의원 피선 - 1960대한불교 신문사 설립, 초대사장 취임(5.3)
- 1961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취임(6.5)
군승(軍僧)제도 시행으로 젊은 층 신자 흡수, 신불교 포교시대 전개 - 1962대한불교 조계종 비상종회의장 피선
비구ㆍ대처 통합종단 비상종회 초대 의장 피선.
승려의 기강 확립을 위한 감찰제도 설립, 초대 감찰부장 취임.
예비역 군 출신, 법조인으로 구성된 불교 지식인 단체 '달마회'조직
동국대학교 동국학원 재단상무이사 피선
대한불교 조계종 재무부장 취임 - 1964한국 불교 최초로 승려 대학 교육 실시, 종비생 제도 실시
불교과, 인도철학과 포함 도제 양성, 역경, 포교 종단 3대 사업 확장 - 1966일본 흥법원 개설, 초대원장 취임.(한ㆍ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초로 일본에 한국 사찰 건립)
한ㆍ일 불교 유학생 교류와 문화 교류를 일본 정부와 협의, 민간 외교에 지대한 공헌
군에 불교ㆍ기독교ㆍ천주교 3대 종교의 동등한 헌법상의 종교 활동 자유 보장을 정부에 건의, 국회 국방의원회에서 심의 결정.(군법사 제도 확립) - 1969홍콩 홍법원 개설, 원장 취임
- 1972미국 홍법원 개설, 원장 취임
- 1974캐나다 토론토 선원 개설
- 1978폴란드 바르샤바 홍법원 개설, 8개 선원 개설, 원장 취임
- 1980영국 런던 선원 개설
- 1981스페인 팔마 선원 개설
- 1982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재미 홍법원 개설 10주년 기념 "세계 평화 종교 지도자 대회" 개최
- 1983브라질 상파울로 선원 개설
- 1985프랑스 파리 선원 개설
세계평화문화인대회(WUM)에서 세계평화상 수상(5.13)
중국 북경 불교회 초청, 여러 고승들과의 법거량 통해 한국 선불교 위상 떨침 - 1986구소련 정신문화협회 초청으로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문화적ㆍ정신적 지도자들의 역사적 회합' 에 참가, 구소련 포교 여행
- 1987수덕사 '제1차 세계일화대회' 개최
- 1988폴란드 한국 선불교 포교 10주년 기념 행사 개최
- 1989남아프리카공화국에 한국 선지식으로 최초로 포교 활동
- 1990구소련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생존과 환경을 위한 국제대회' 에 종교분과위원으로 초청강연(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영접 받음)
대만에서 한국 선을 지도하고 포교
서울 화계사에서 국제선원 신축을 위한 불사 시작
수덕사에서 '제2차 세계일화대회' 개최 - 1992중국 본토 육조 혜능 대사 남화사에서 승려와 일반인을 위한 참선 지도
홍콩 국제선원 개설
재미 홍법원 개설 20주년 기념 대회 개최 - 1993싱가폴 국제선원 개설, 수덕사에서 '제3차 세계일화대회' 개최
- 1994한국인 선지식으로는 최초로 베트남 방문(베트남 지도자급 승려들과 법거량)
- 1995스리랑카, 미얀마 성지 순례 및 한국 선불교 포교 활동
- 1996대한불교 조계종으로부터 '해외 포교 30주년' 감사패 전달받음(6.20)
- 2000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 개원
1년에 3~4번씩 미국, 홍콩, 말레이지아, 유럽 등지의 해외 선원에 포교 여행차 순방
화계사 조실 - 현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스님 (1997.3.10~2004.11월 기간7년)
대한불교 조계종 법계스님 (2001.10.8~2003.10.8 기간2년)
2004년 11월 30일(음력 10월 18일) 열반